야구 경기의 불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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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가 7대0으로 앞선 8회말 두산 베어스의 공격.김재환의 타석에서 KIA 최지민이 투구를 시작하자 1루 주자였던 라모스가 2루 도루를 시도해서 성공시켰다.이후 KIA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2루 도루에 성공한 라모스도 당황?,황당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8회말 공격이 끝난 후 두산 벤치에서 라모스를 잡아두고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잡혔고 라모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중계를 하고 있던 스포티비의 서재응 해설위원은 라모스가 도루에 성공했던 시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설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해가 되지 않고 무엇이 라모스를 당황하게 했을까?
야구 백과사전의 저자로 유명한 폴 딕슨이 낸 야구의 불문율(The Unwritten rules of Baseball)이라는 책이 있다.130여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사례를 토대로 불문율을 설명한 책이다.
어제 라모스의 도루 사례도 이 불문율 안에 포함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KBO에서는 약간은 결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모든 스포츠 종목에는 규정이 있다.이 규정을 지키면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인 선수들이다.그리고 규정은 아니지만 지켜야하는 룰같은 것이 있다.이게 바로 불문율(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지켜야 할 행동)이다.
그렇다면 이 불문율은 왜 만들어졌고, 어떤 것들이 있는지 로하스의 도루는 어떤 불문율을 어긴 것인지 알아보자.
야구는 투수와 타자가 서로 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가지고 게임을 한다.투수는 150g정도 되는 딱딱한 야구공을 150km/h를 상회하는 속도로 타자에게 던져 부상을 입힐 수 있다.
타자는 1Kg에 가까운 무게를 가진 배트로 구타를 할 수 있다.직접적인 접촉은 거의 없는 스포츠이지만 주자가 수비수를 향해 슬라이딩하면서 부상을 입힐 수 있고,포수가 홈블로킹을 핑계로 길을 막아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부상입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서 생겨난 불문율들은 꼭 규정처럼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나 오랜 세월이 지속되어 오면서 대부분 지키고 있는 것들이 많다.시대를 지나오면서 굳이 그런 것까지 지켜야 하나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없어지는 추세이기도 하나 아직 불문율은 남아있다.
그러면 어제 라모스의 무관심도루가 메이저리그의 어떤 불문율을 어겼고,KBO리그 기준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점수차로 앞서 있을 때에는 도루를 시도하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자가 도루하는 상황이 나오는 데 수비하는 팀에서 아무런 견제없이 주자가 도루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무관심도루라고 해서 도루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크게 지고 있는 팀에서 자주 나오는 것들로 딱히 이 상황은 문제시하지 않는다.
라모스는 아마 이 상황으로 생각하고 도루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큰 틀의 불문율은 메이저리그와 비슷하지만 도루에 관련된 것은 KBO 선수협에서 정한 기준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KBO선수협에서는 7회 이후 7점차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도루를 하지 말자고 협의했다고 한다.실제로 두산은 7점차 상황에서 1루를 비우고 정상 수비를 했었다.이는 우리는 도루할 의사가 없으니 너네도 하지 마라는 의사의 표현이었다.
이에 7회말 수비 상황에서 KIA 역시 1루 주자를 묶어두지 않고 정상 수비를 진행했다.이 상황에서 라모스가 도루를 시도했고 성공했던 것이다.
KIA나 두산 벤치쪽에서는 당황한 듯 보였다.실제로 공수 교대 시간에 두산측에서 라모스를 불러서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화면에 잡혔었고,KIA는 8회초 공격에서 바로 같은 무관심도루를 시도하며 간접적으로 불만의 의사를 표현했었다.
이 장면들을 보고 경기를 보던 팬들은 무슨 저런게 불문율이냐,진짜 불문율 맞냐?누구를 위한 불문율이냐?팬들이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것으로 보라는 거냐?등 어이없다는 반응들이 많았는데,실제 마음만 먹으면 상대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합의한 부분에서 팬들이 뭐라할 부분은 없는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스포츠맨십의 관점에서 볼 때는 있을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불문율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야구처럼 서로 상대에게 고의적으로 상해를 입힐 수도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규정이 아니더라도 불문율이라는 것을 통해 암묵적으로 지키자는 것들이 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들에도 있다.
대표적인 것들을 몇 가지 들자면
축구에서는 크게 이기고 있는 팀에서 추가 골이 나올 경우 세레머니를 자제하는 것이 있다.상대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기본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굳이 세레머니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고,혹여나 세레머니를 했을 경우 보복성 태클이 들어오는 것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네이마르가 가장 많이 당한 것인데 사포라는 기술을 경기 중에 썼을 경우 가해지는 보복성 태클이다.여러 개인 드리블 기술들이 있지만 사포(공을 등 뒤에서 올려 상대를 넘기는 기술)는 상대를 기만하는 행위 중에 제1번으로 생각되어 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친정팀(선수가 거쳐간 팀)을 상대로 해서 득점했을 때 세레머니를 자제하는 것로 일종의 불문율이다.
농구에서는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악탐(악수타임)이 있다.4쿼터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있고 점수차가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일 때 크게 이기고 있는 팀에서 공격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상대와 악수(손바닥 터치,가벼운 허그)등을 하면서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어차피 이긴 경기 더 넣는다고 의미가 없고 괜히 더 넣어보겠다고 공격하다 상대를 자극하여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악수타임이 일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악수타임에 가끔 상대를 자극하는 플레이를 하여 벤치클리어링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무한 파작(파울작전)으로 기적의 대역전승이 나오는 경기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악수타임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불문율의 거의 대부분은 상대를 존중,배려하며 자극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 것들이다.
스포츠맨십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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